색동산이야기

색동산 작가의 한국이미지 찾기

교수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팝아트 작가로서 작업 해온지 3~40년에 이르고 전시 횟수도 약 250회가 넘으면서 늘 내 작품의 주제는 한국이었고 이제 나에게는 한국의 이미지를 찾는 것은 내 작업의 일상이 되고 하나의 숙제가 되어 버렸다.
한국의 이미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일 수도 있고, 무형 또는 유형의 문화 유산 일 수 도 있고, 또 때로는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는 수 많은 요소들 . . .

우리가 많은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에 물건을 사러 들어가서 그 많은 물건중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좋아 보이는 것에서 발전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중심은 흔들리고 결국은 자신이 어떤 것을 골라야 될지 모르는 혼돈의 상태에 이르게 됨을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수 많은 한국의 이미지에서 처럼-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곧잘 조언을 듣곤 한다. 처음 좋게 느꼈던 것이 정말 찾고 있는 것 이라고...

그래서 한국의 진정한 이미지는 무엇일까라는 해답을 위해 역으로 생각 해 본다. 내가 처음 디자인에 입문한 대학 초기에 한국의 이미지로 접근했던 작품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 당시의 포스터와 일러스트레이션의 대부분은 한국 관광을 유도하는 관광 포스터와 한국 대표기업 포스터가 주류를 이루었던 듯 싶다.

이들 포스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태극문양, 색동옷을 입은 여인의 이미지, 단청에 올려진 기와, 도자기와 벽화에 그려진 문양들, 남대문, 다보탑 등 우리의 건축물들, 연을 날리며 팽이를 돌리고 탈춤을 추며 흥겨워 한 우리의 민속놀이들, 아쟁과 거문고 가야금 등 우리 고유의 악기들, 저고리 버선 보자기 등 우리 생활의 흔적들...

이렇듯 우리 주변의 많은 우리의 다양한 모습속에서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위에 열거한 모두는 우리 민족이 만들고 생활한 모양이었으며 이것이 흔적으로 남은 것들이라 생각한다.

우리 인식속에 정체성으로 자리잡는 경로를 보면 외부의 메시지는 흔들림으로 우리에게 인식되어 우리 마음속에 인지되며 그것은 우리의 경험과 혼합되어 우리의 정체성으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우리의 상징적 행동과 이미지로 승화하여 흔적으로 표출된다.

결국 위에 나열한 요소들은 한국인의 마음에 자리한 정체성의 결과물일 뿐, 이 정체성에 영향을 준 본질적 그 무엇은 어떤 것일까? 근본적인 것을 찾고 싶었다.

얼, 심성, 등 -
타고난 우리의 자연적 유전자?
언어, 인간과의 관계, 등 -
생활 속에 이루어진 우리의 주변 여건?
산, 하늘, 물, 등 -
우리 주위에 주어진 환경?
그 근본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한국인에게 산은?

세종에서 남부지방으로 내려갈 때 국도를 타거나 대부분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고속도로는 대부분의 구간이 산을 깎아 만든 도로이다. 
그 도로를 운전하는 내내 산을 보며 산을 통과하며 지나간다. 이용하는 차도 많지 않고 제한속도도 110키로 미터이다 보니 조금 오바하여 120키로를 달릴 수도 있는 멋진 도로이다. 
그렇게 멋진 도로를 빨리 달리는 상황에서도 나는 곧잘 졸음이 오곤 한다. 시내를 운전하거나 국도를 운전 할 때에는 그렇게 말똥말똥하던 내 눈은 어느 새 게슴치레 해지고 심지어는 졸립기 까지 하곤 한다.
아마도 무미건조 하리만큼 단조로운 주변 산들이 나를 졸음으로 몰고 가나 보다. 기암절벽의 산도 아니고 확 트인 고원도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너무나 포근한 겹겹의 산들이 나를 졸음으로 몰고 가곤 했나 보다.

그렇다!
이것이 우리의 산이다.
특별한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아 멋지지 않으며 변화가 없어 단조롭고 화려하지 않아 주목성도 없는 그러한 산, 너무나 친근하여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곁에서 늘 같이 해 온 평범한 산, 널부러져 있어 우리네 생활을 감싸주는 보자기 같은 편안한 산 산 산...

어릴 때 나는 세계의 산들은 내가 보고 자란 이런 산들과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산도 캐나다의 산도 중국의 산도 유럽의 산도 우리의 산과 다르다는 것을 후일 알게 되었다. 
난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보통 일반적인 난과 다른 돌연변이 난을 비싸고 귀하게 여기며, 수석을 수집하는 사람은 보통 돌과는 다른 색다른 돌을 귀하게 여긴다.

산도 역시 우리를 감싸고 있는 평범한 산과 다른 모양을 한 기이하게 생긴 산을 명산이라 하여 좋아한다.
그러나 명산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앞과 뒤의 우리 주변의 산들이다. 평범하면서도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산. 그것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활이고 우리의 터전이기 때문이고 또한 이 생활과 터전은 우리의 심성을 만들고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모습으로 늘 우리 곁에서 너무나 당연히 있어 준 너와 나의 산...

마치 어릴적 단잠을 재우던 엄마의 젖무덤 같은 포근한 느낌의 그러한 산..어머니의 품에서 자란 우리의 모습이 엄마의 모습처럼 엄마의 심성처럼 자리함은 아마도 너무 당연한 결과인 듯 산의 모습을 자연스레 닮은 우리들...

평원의 기운을 받은 이는 넓은 기질이, 바다의 파도와 거친 기운을 받은 이는 강인한 기질을, 완만한 산의 기운을 받은 이는 모나지 않으며 정이 많으며 부드러운 예술적 감각을 갖는 이로 태어 나리라.

바탕과 도형

산의 의미는 한국인에게는 삶의 바탕이고 그 속의 한국인은 도형이리라. 도형은 바탕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며 규정지어 지고 표현되어 진다. 바탕은 도형을 뒷받침을 할 뿐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어머니가 우리를 감싸안아 키우고 성공시키고도 당신은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하듯이...

한국의 산이 키워낸 두루뭉술하고 완만한 정체성의 한국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도형으로 자리하여 우리의 이미지로 표현된 결과물이 태극이며 기와며 악기며 건축물이며 문양 등 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바탕이었던 산이 이제는 나의 그림에서는 주체며 도형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한국인의 본질이 이렇듯 70%를 차지하는 완만한 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색동..

우리 조상이 만든 흔적 중 가장 한국적이며 유명한 명작 중의 하나...
우리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하여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 있는 우리의 일부
- 색동

언젠가 나는 고급 쇼 케이스에 걸려있는 명품 하나를 보았다.
-폴스미스

어? 이건 우리 조상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중의 하나인데? 이 아름다운 조상의 유산이 우리의 소홀함으로 유럽의 명품으로 브랜드화 되어 세계 곳곳에서 한껏 뽐내고 있었다.
왜 이 폴스미스에서 우리는 색동을 연상하게 되는 것일까?
색동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개의 상징성으로 이야기된다.
첫째는 연속된 스트라이프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스트라이프에 채색된 오방색이다.
아마도 폴스미스에서 우리의 색동을 연상하게 됨은 이 스트라이프와 그 위에 얹혀진 채색 때문이리라. 그래서 내가 폴 스미스의 컨셉을 보는 순간 우리의 색동을 리 디자인한 것으로 와 닿았던 듯 싶다.

미국의 현대 미술관에서 조차 한국의 대표 이미지로 상징화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색동, 이렇듯 한국인과 또한 한국에 관심있는 세계인의 마음에 대표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는 색동,
넘실대는 옵티컬의 줄무늬와 현란한 오방색으로 표현되는 색동,
한국인의 심성을 만든 본질인 한국의 산과 한국인의 대표 이미지 색동 -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을까?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때 그간 내가 오랜동안 진행해 왔던 숙제를 풀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분석을 하고 이 분석을 토대로 또 내 경험을 통하여 내 방식대로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갔다.

한국의 산에 색동을 입히다.

한국의 산은 어떤 모양으로 표현되어야 하는가?

사인 곡선과도 같이 완만하며 그 곡선은 마치 물결과도 같으며 현란하며 기교스럽지 않아 편안한 형상이어야 한다.

이 완만한 곡선의 산이 우리 한국인의 심성를 만들어 낸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 부드러운 산에 얹혀질 색동은 스트라이프로 표현되어야 한다. 
마치 등고선이 앉혀지듯, 고구려 고분벽화의 수렵도에 그려지듯, 스트라이프로 색동을 연상케 하여야 한다. 스트라이프를 통한 두번째 컨셉을 충족함으로서 나의 그림을 완성하였다. 오방색의 채색으로 색동의 느낌을 가미하면서...
이로서 나의 오랜 숙제의 해답을 풀고자 하였다.

이상과 같은 컨셉을 가진 작품의 표현은 나의 오랜 디자인 작업을 통한 경험으로 해결 하였다. 사진 촬영과 컴퓨터의 작업, 에어브러쉬의 사용과 나무와 도자 그리고 다양한 오브제의 활용으로 이를 형상화 하였다. 현대미술과 팝 아트등의 어떠한 이즘에 구애됨이 없이 나만의 해석과 해결방법으로 한국의 산과 색동을 접목하여 한국의 대표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아니 표현을 넘어 감히 한국의 정신이 담긴 아름다운 형태를 창조해 보았다.

전시를 통하여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학교수로서의 30년 생활속에서 나의 가장 큰 바램은 나의 브랜드를 갖는 것 이었습니다. 그 오랜 브랜드화의 갈망을 정년 퇴직을 계기로하여 새로운 갈증 해소의 출발점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려 합니다. 

교수의 생활로 인하여 미루었던 작가로서의 브랜드화를 시작하려하며 그 시작을 색동산으로 세종에서 첫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역과 장르에 구애됨이 없이 나의 숨겨진 예술 혼을 불사르고자 합니다. 
저의 부족함은 열정으로 또는 노력으로 주변 인연의 격려를 에너지화하여 채
우렵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리며 애정으로 나의 여정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